고추

2017년 12월 3일


고추는 임진왜란 당시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에 전래하였다는 통설이 있습니다. 토요토미가 고추를 먹어보니 얼마나 매운지 죽을 것 같아서 조선에 전래하여 조선인들에게 고추를 먹여 독살하려고 고추를 전래하였다고 합니다. 고추를 화학무기로 사용한 것입니다. 반면에 일본의 여러 문헌에는 고추가 임진왜란 때에 조선에서 일본으로 들어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인들이 고추를 먹고는 죽기는커녕 고추 맛에 길들여져 즐기게 되었고, 고추는 우리의 음식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식재료가 되었습니다. 고추의 원산지는 멕시코입니다. 고추를 ‘빨간 후추’(red pepper)라고 불리는 까닭은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하였을 때 원주민들이 먹는 고추를 보고 매운 맛 때문에 후추의 일종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멕시코에서 발견된 고추는 콜럼버스의 고향인 포르투갈로 전래되어 유럽의 음식문화에 영향을 미쳐 식탁의 맛이 되었고, 이후 16세기에 인도로 전래되었습니다. 일본에 고추가 전래된 것은 포르투갈의 가톨릭 선교사들에 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전래되어 우리의 입맛이 된 것은 17세기 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추장을 담그고 김치에 고춧가루를 넣어 매운맛을 내게 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제 고추의 매운맛은 한국인의 끈질긴 근성이나 한국의 맛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나아가서 고추의 매운맛은 양념만이 아니라 소화제나 진통제 등의 약용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고추의 매운맛은 미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캡사이신’(capsaicin) 성분 때문입니다. ‘캡사이신’은 신경을 자극하여 통증감각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매운맛입니다. ‘캡사이신’은 처음에는 신체조직에 강한 자극을 주지만 서서히 통증 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해 진통효과를 나타냅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캡사이신’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 위 점막의 염증을 억제하는 효능도 있다고 합니다. 2002년 11월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라는 괴질이 발생하여 8천 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774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때 한국인은 ‘사스’의 양성반응을 일으킨 환자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 때 한국인에게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김치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김치의 매운맛을 내는 고추의 ‘캡사이신’이 괴질을 막아주었다는 것입니다. 조선인을 독살하려고 고추를 전래하였다는 통설이 정설이라면 이 또한 세상의 아이러니입니다. 악한 자는 자신의 악으로 자신은 고통을 당하지만 타인은 그 악이 선이 됩니다. 고추는 한국인으로 하여금 더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세상에서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습니다.